1번 글에서는
고등 교과 과정을 어디까지로 보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를 통해
2번 글에서는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풀이 방법을 통해
수능 시험 개편이 사교육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글을 썼었고,
이번에는 중등 과정에서는 과연
사교육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이러니 사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의 취지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사교육을 전면 금지 시키지 않는 이상
입시에 미친 대한민국에서는
어쨌든 사교육을 찾을 거라고 예상이 되다 보니
과연 이번 수능 문제 난이도 개편으로
사교육 시장을 줄이겠다는 말이
얼마나 단순한 생각인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실제 학교 시험 기출 문제로 살펴봅시다
중학교 3학년 학교 시험에 나온 문제입니다.
왼쪽 풀이는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알려주는 풀이 방법
오른쪽 풀이는 항등식의 성질을 이용하여 푸는 방법입니다.
항등식의 개념은 중학교 1학년에 배웁니다.
많이 찾아볼 필요 없이
미래엔 교과서에 중요한 개념이 다 적혀 있네요
어떤 등식이 항등식인지 확인하려면
등식의 좌변과 우변을 각각 정리하여 서로 같은지 확인한다.
모든 x의 값에 대하여 항상 참이 되는 등식을 x에 대한 항등식이라고 한다.
실제로 이 항등식의 성질을 이용하여 문제를 푸는 것은
고등학교 1학년부터는 아주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오른쪽 풀이를 서술형에서는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 중학교에서는 단 한 곳도 인정하지 않습니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라 안된다고 합니다.
항등식의 개념이 교과서에도 나오는데,
사용하면 안 된다니 판단 기준이 애매합니다.
서술형 시험의 도입 취지 자체가
수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므로
만약 학생이 위의 논리 과정을 완벽하게 알고 있다면
뭐가 문제가 되는 거죠?
뭐 서술형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이런 방법을 학원에서 배운 친구들은
객관식 문제를 간단하게 풀어냅니다.
풀이 속도가 확연하게 차이 날 수밖에 없고,
계산 자체가 간단하여 실수도 줄어듭니다.
이런 문제가 특이한 한 문제가 아니라
여러 군데서 발견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는 실제 학교들의 시험 기출문제입니다.
역시 실제 중학교 시험 기출문제입니다.
간단한 인수분해다 보니 두 풀이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오른쪽 풀이 방법에 사용되는
연립방정식의 풀이 개념 자체는 중학교 2학년 때 배우며
수학적 오류가 없으니
이 풀이를 보신 학교 선생님들 중에서
칭찬을 해주실까요, 잘못된 방법이라고 지적을 할까요?
마지막으로 보실 문제는
예전에 수학을 배우셨거나,
중학교 수학을 최근에 보신 적이 없으신 분들께서는
'판별식' 문제네!!
라고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하지만 중학교 교과서에는 판별식이 나오지 않습니다....
2015 개정 교육과정부터
'판별식'과 '근과 계수의 관계' 내용이 빠졌습니다.
사실 판별식이란 게 뭐 대단한 게 아닙니다.
아직 교과서에서 나오는 근의 공식에 따르면
루트 안이 양수이면 서로 다른 2개의 근
루트 안이 0이면 하나의 근(중근)을,
루트 안이 음수면 근이 존재할 수 없다
충분히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교과서에는 빠졌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중 문제집에도
다루지 않는 문제집들이 대부분입니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친구들 중에서는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학원을 다니는 친구들이야 충분히 들었을 테고,
위의 문제를 풀 때 크게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테지만
학원을 다니지 않는 친구들은 어떨까요?
시험이 끝나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학원에서 배운 판별식으로 풀면 쉬운데?'
라는 이야기를 듣는다면 기분이 좋지는 않겠네요
못 푸는 것은 아닙니다.
혹은
이런 풀이가 가능은 하겠죠....
결론 내리자면,
중학생들의 시험 기간에 맞춰서
3학년 1학기 시험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봤습니다.
중학교 시험을 치를 때조차
사교육을 받지 않은 친구들은
상대적으로 힘든 풀이로 문제를 풀게 됩니다.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더 쉬운 방법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혹은 현재 중학교 시험은
무한한 시간을 갖고 수학적 문제를 탐구하고 해결하는 시험이 아닙니다.
그냥 주어진 시간 안에 답이 정해진 문제를 정확하게 풀어내는 시험이며
그렇다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거나,
학교에서 알려주지 않는 다양한 방법을 경험할 수 있는 사교육을
과연 학생들이 애써 외면하고만 있을 수 있을까요?
중학교 시험이 뭐 중요한가?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특목고 이야기는 제외하도록 합니다.
그런 잘하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모든 아이들이 수학을 잘하기를 바라는 입시판에서
특목고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이 아니라도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자존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해보니까 나도 할 수 있는데?"
라는 마인드가 있는 친구들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보다
앞으로 학습 능력에 더 높은 모습을 보일 거라고 예상합니다.
중학교 성적은 그 자존감의 문제입니다.
다음 글은 어찌 보면 현직 학교 선생님들이 민감할 수 있는 주제인
교육 서비스 제공 품질 차이에 대해 알려 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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